패션도 ‘중고 시대’…고물가·친환경 바람 타고 리커머스 급성장
- ksea202501
- 5월 20일
- 3분 분량
G마켓·11번가·무신사 중고거래 시장 진출“영세율 적용 품목 확대해야 해”
입력 2025.05.20 18:06 서다예 기자
최근 중고거래, 이른바 ‘리커머스(Recommerce)’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리커머스는 다시(Re)와 상거래(commerce)의 합성어로 기존에 사용하던 물건을 다시 판매·거래하는 행동을 뜻한다. 과거 물자가 부족했던 시절, 어쩔 수 없이 행해졌던 중고거래는 이제 가치 소비를 넘어 재테크 수단으로까지 진화한 모습이다. 특히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치솟는 수요와 달리 리커머스 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쑥’ 성장한 리커머스 시장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 G마켓이 중고명품 플랫폼 ‘구구스’와 손잡고 상품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사진=G마켓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리커머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G마켓은 중고명품 플랫폼 ‘구구스’와 손잡고 샤넬, 루이비통, 구찌 등 약 5만개의 패션잡화와 의류 명품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는 구매한 상품을 택배 배송 또는 구구스 매장 방문을 통해 수령이 가능하다.
한발 먼저 리커머스 시장에 진출한 기업도 있다. 11번가는 지난 2023년 중고명품 전문관 ‘우아럭스’를 론칭했다. 11번가는 현재 해당 플랫폼을 통해 하이엔드(High-End) 브랜드부터 컨템포러리(Contemporary) 브랜드까지 다채로운 명품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변화하는 명품 트렌드를 반영해 입점 브랜드 규모를 늘리고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강화하는 등 서비스 고도화도 지속하는 중이다.
한편,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3분기 패션 중고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무신사 유즈드(MUSINSA USED)’를 론칭할 예정이다. 이는 무신사 회원이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수거 가방에 담으면 이를 회수해 상품화하는 시스템으로, 고객이 별도의 사진 촬영이나 판매 글 작성을 하지 않고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무신사 측은 “입점 여부와 관계없이 최대 1만5000여 개 이상 브랜드의 패션과 잡화 중고거래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최근 들어 이커머스 기업들이 잇따라 ‘리커머스’ 시장 진출을 선언하는 이유는 중고거래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자료를 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2021년 24조원, 2023년 26조원에 이어 올해 43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중고거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긍정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중고제품 이용 실태조사 및 순환유통 비즈니스모델 혁신 보고서’ 결과, 응답자의 75.3%가 중고제품 거래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또 절반을 넘는 51.8%가 3년 전보다 중고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줄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 측은 “중고거래가 일시적 유행이 아닌 일상화한 소비문화로 자리 잡았음을 시사한다”라고 해석했다.
특히, 친환경 열풍 등 ‘가치 소비’에 대한 높은 관심과 ‘희소성’ 있는 상품을 되팔아 재테크에 나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중고거래에 대한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고물가가 장기화하며 상대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얇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원하는 상품을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장서진(25)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오프라인 매장이나 에이블리, 지그재그 등 앱을 통해 옷을 많이 샀는데, 근래에는 확실히 빈티지 제품에 손이 많이 가는 것 같다”라며 “상태가 나쁘지 않은데, 정가에 반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게 제일 큰 매력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빈티지 의류의 경우 나만의 스타일을 드러내기도 좋은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시장 커지는데, 지원은 제자리걸음
최근 중고거래, 이른바 ‘리커머스(Recommerce)’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이렇듯 시장 규모는 매년 커지는 상황에 일각에서는 시장 규모 대비 관련 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더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리커머스 시장이 커지며 중고품의 수출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한국 상품은 해외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역직구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6.1% 증가한 29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2023년 번개장터가 론칭한 해외 이용자 전용 중고거래 서비스인 ‘글로벌 번장’은 출시 1년 만에 전년 대비 이용자와 거래액이 각각 131%, 6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POP 스타굿즈, 키덜트, 브랜드 패션을 중심으로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외 할 것 없이 리커머스 시장에 활기가 돌며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미 해당 시장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EU)은 중고품에 대한 마진과세제도와 정률보상제를 통해 부담을 낮췄다. 일본의 경우 의제매입세액공제 제도 유사 규정(소비세법)을 통해 거래 증명만으로도 매입 세액에 대한 공제가 가능하다.
반면 한국의 경우 아직 ‘이중과세’와 수출품 ‘영세율(0% 세율)’에 대한 논의조차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중고품 거래는 개인 간 거래가 주를 이뤄, 관련 거래 시 별도의 증빙이 없어 부가세를 다시 납부해야 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영세율 혜택을 받아 매입 세액 전액을 환급받을 수 있는 일반 수출업자와 달리, 중고품 수출업자는 거래 관련 증빙 자료가 부족해 영세율 지원도 받기 어렵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고품 수출을 할 때 영세율 적용 대상이 재활용 폐자원과 중고차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라며 “중고품의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를 수출 중고품 전반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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